떼를 이루며 소리를 내는 악보들

바깥 세계의 표면으로부터 길어 올린 인식의 단편들

종이 위 필체가 건네는 마주침과 그 이면에 대하여

자연의 소리를 따라 울리는 소리들

가장 적나라하고도 가장 문학적인 기록,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평면에서 입체로, 기록에서 도구로, 확장되어가는 책의 숨은 공간에 대하여

한 악보 위에서 다른 소리를 내는, 수많은 기호의 헌사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법을 일기 속에 새긴 시간

파괴 속에 남겨진 책의 조각들과, 그 조각들을 따라 이어진 새로운 서사의 단편들

침묵 속에 스며든 우연하는 소리와 그와 함께 공명하는 소리(들)

낯선 곳에서 쓴 일기, 평범한 하루를 기록하며 삶을 감각하는 시간의 힘

책의 앞가장자리가 장식과 암호, 저항의 공간으로 확장되어온 역사적 변화

침묵으로 화답하고, 반복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음악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