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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 예거의 척수: 독일 와인
2025. 4. 18.
「진격의 거인」은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를 원작으로한 일본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진격의 거인'은 식인 거인들의 위협으로부터 성벽 안의 인류가 성벽 밖의 자유를 갈망하며 거인과 싸우는 이야기의 만화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독일을 배경으로한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독일풍 건축 양식부터 시작하여, 등장인물들의 독일식 이름,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주요 주제곡과 OST에 삽입된 독일어 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애니메이션 주제곡 속 독일어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오프닝 곡인 <홍련의 화살>(紅蓮の弓矢)은 공개 직후부터 강렬한 멜로디와 함께 외쳐지는 "Seid ihr das Essen? Nein, wir sind der Jäger!"(너희는 먹잇감이냐? 아니, 우리는 사냥꾼이다!)라는 독일어 가사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삽입구를 넘어, 거인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저항 의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외침이며, 주인공 에렌 예거(Eren Jäger)의 성씨인 'Jäger(사냥꾼)'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깊은 의미를 더합니다. 또한 이 구절은 먹이사슬의 피식자에서 포식자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작품의 핵심 갈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번째 오프닝 곡인 <자유의 날개>(自由の翼) 역시 "Wohlan Freund! Jetzt hier ist an Sieg..."(자 그럼 동지들! 지금 여기 승리가 있다...)라는 독일어 가사로 시작하며, 자유를 향한 조사병단의 굳건한 의지를 드러냅니다. 이처럼 오프닝 곡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독일어는 작품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웅장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OST에서도 독일어 가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와노 히로유키(澤野弘之)가 작곡한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인 <Vogel im Käfig>(새장 속의 새)는 감금된 상황, 죽음, 그리고 운명에 맞서는 투쟁과 같은 작품의 주요 주제를 반영하는 독일어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새장 속의 새'라는 제목 자체가 벽 안 인류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독일어 가사는 곡의 비극적이고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비록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사용된 독일어 가사의 문법적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있기도 하지만, 그 강렬한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등장인물들의 독일식 작명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및 주변 인물 다수가 독일 또는 게르만 계통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입니다. 주인공 에렌 예거(Eren Jäger)를 비롯하여, 미카사 아커만(Mikasa Ackerman), 아르민 아르레르트(Armin Arlert), 라이너 브라운(Reiner Braun), 애니 레온하르트(Annie Leonhart) 등, 파라디 섬과 마레 양쪽 진영을 아우르는 많은 인물들의 이름에서 독일적인 색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독일식 이름의 광범위한 사용은 작품 속 세계, 특히 벽 안의 인류에게 특정한 게르만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냥꾼'을 의미하는 '예거(Jäger)'라는 성씨는 거인 섬멸에 대한 에렌의 강한 의지를 상징하며, '군인/전사'를 의미하는 '아르민(Armin)'은 그의 지략가적인 면모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또한, '밝은 통치자' 또는 '밝은 힘'을 의미하는 '베르톨트(Bertolt)'라는 이름은 거대한 힘을 숨긴 그의 초기 소심한 모습과 대비되어 아이러니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이름이 독일어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지만 (예: 미카사 아커만), 대다수의 인물들에게 독일식 이름이 부여되었다는 사실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설정에 중요한 문화적 맥락을 제공합니다.
세 번째, 뇌르틀링엔

「진격의 거인」의 주요 무대인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들의 모습은 현실 세계의 특정 도시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에렌의 고향인 시간시나 구는 독일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중세 도시 뇌르틀링겐(Nördlingen)과 매우 흡사한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시대의 성벽이 도시 전체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모습, 성벽 위에 솟아 있는 망루, 그리고 붉은색 지붕들의 조화는 시간시나 구의 풍경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뇌르틀링겐은 독일에서 중세 성벽이 온전하게 보존된 단 세 곳의 도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유사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실제로 뇌르틀링겐을 방문한 팬들은 도시 중앙에 위치한 다니엘 탑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진격의 거인」의 분위기를 강하게 연상시킨다고 말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뇌르틀링겐이 약 1,50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형성된 리스 분화구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독특한 지질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재앙으로 인해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는 작품 속 거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인류에게 닥친 위협이라는 설정과 미묘한 연관성을 암시하며 깊이를 더합니다.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는 엘디아인과 마레인의 관계와 갈등이 약 2000년 전 게르만 민족과 로마인이 겪었던 역사와 유사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는 작품의 역사적 배경 설정에 고대 유럽사의 특정 사례가 중요한 영감을 제공했음을 시사하며, 독일적인 요소들이 단순히 피상적인 차용이 아니라 작품의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는 것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처럼 「진격의 거인」은 애니메이션 주제곡의 독일어 가사, 등장인물들의 독일식 이름, 그리고 뇌르틀링겐을 모티브로 한 듯한 건축 양식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독일 문화와 깊이 있는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의 주제와 배경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크 예거와 포도주
(주의 진격의 거인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크 예거(Sieg Jäger)는 주인공 에렌 예거와 대척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극중에서 지크는 자신의 척수액을 포도주에 섞어 엘디아인 병사들에게 마시게 함으로써, 그들을 그의 명령에 따르는 무지성 거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충격적인 계략을 실행합니다. 이는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이 장면에서 독일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은 맥주, 특히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맥주 축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지크가 자신의 계획에 포도주를 사용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독일에서도 포도주를 생산할까?"라는 의문을 낳게 하며, 더 나아가 독일 와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사실 독일은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 생산국이며, 특히 리슬링과 같은 우수한 화이트 와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슈투트가르트(Stuttgart) 근처의 작은 마을인 펠바흐(Fellbach)에 자리 잡은 펠바허 바인가르트너(Fellbacher Weingärtner) 와이너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펠바흐 마을이 속한 렘슈탈(Remstal) 지역은 네카 강(Neckar)의 초입과 렘스 강(Rems)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골짜기 지역을 의미하며, 렘스(Rems) 강 이름과 골짜기를 뜻하는 독일어 '탈(Tal)'이 합쳐져 이름 붙여졌습니다. 이 광활한 지역은 17개의 마을을 아우르며, 강 계곡 덕분에 온화한 미기후와 해발 239m에서 493m 사이의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렘슈탈 지역의 포도 재배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1086년의 기록에서 렘슈탈의 바이블링엔 바인슈타인(Waiblingen Weinstein)이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 공동체로 언급된 바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1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압착기의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렘슈탈 지역이 오랜 세월 동안 와인 양조 전통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곳임을 증명합니다.
펠바허 바인가르트너

펠바허 바인가르트너(Fellbacher Weingärtner)는 렘슈탈 지역, 특히 펠바흐(Fellbach)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유서 깊은 와인 양조장입니다. 1858년 빌헬름 아만두스 아우버렌(Wilhelm Amandus Auberlen)의 선구적인 비전으로 설립된 펠바허 바인가르트너는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설립 초기의 목표는 지역 와인 재배자들의 와인 품질 향상과 마케팅 활성화였으며,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현재 펠바허 바인가르트너 조합원들은 약 185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정성껏 관리하며 고품질 와인 생산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펠바허 골드베르크(Fellbacher Goldberg)와 렘믈러(Lämmler) 지역의 포도밭은 핵심적인 재배 지역으로, 트롤링거(Trollinger), 렘베르거(Lemberger), 리슬링(Riesling),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가 재배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중 약 70%가 레드 와인 품종이라는 점은 펠바허 바인가르트너의 레드 와인에 대한 깊은 헌신을 보여줍니다. 이미 200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펠바흐 와인이 네카어(Neckar) 지역의 뛰어난 와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펠바허 바인가르트너는 오랜 시간 동안 고품질 와인을 생산해 온 풍부한 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펠바허 바인가르트너는 다양한 취향과 가격대의 와인을 제공하며, 자체적으로 품질에 따른 등급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주요 와인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미엄 셀렉션: 에디션 P

◦렘믈러(Lämmler)와 골드베르크(Goldberg)와 같은 특정 포도밭의 이름을 따서 출시되는 최고급 와인 라인입니다. ◦뛰어난 개성과 강렬함을 특징으로 하며, 종종 대형 나무 배럴이나 바리크(Barrique) 숙성을 거쳐 복합미를 더합니다.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2021년산 렘믈러 렘베르거 P 트로켄(Lämmler Lemberger P trocken)과 2021년산 렘믈러 렘베르거 P 트로켄 바리크(Lämmler Lemberger P trocken Barrique), 그리고 2022년산 렘믈러 리슬링 P 트로켄(Lämmler Riesling P trocken) 등이 있습니다. ◦최고급 뀌베 와인인 "아만두스(Amandus)" 로트바인 트로켄(Rotwein trocken) 또한 이 라인에 속합니다.
시그니처 레인지: 에디션 S

◦특정 포도 품종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와인들로 구성된 주요 라인업 중 하나입니다. ◦2023년산 렘베르거 트로켄 "에디션 S"(Lemberger trocken "Edition S"), 2021년산 렘베르거 파인헤르브 "에디션 S"(Lemberger feinherb "Edition S"), 소비뇽 블랑 트로켄 "에디션 S"(Sauvignon Blanc trocken "Edition S"), 그리고 그라우어 부르군더 트로켄 "에디션 S"(Grauer Burgunder trocken "Edition S") 등이 있습니다.
클래식 컬렉션: 에디션 C
◦다양한 포도 품종과 스타일을 아우르며, 접근성이 좋고 즐기기 쉬운 와인들로 구성된 또 다른 중요한 라인업입니다. ◦2022년산 뀌베 카베르네 C 파인헤르브(Cuvée Cabernet C feinherb), 펠바허 골드베르크 도른펠더 프루히티히 "에디션 C"(Fellbacher Goldberg Dornfelder fruchtig "Edition C"), 렘믈러 리슬링 C 카비넷 프루히티히(Lämmler Riesling C Kabinett fruchtig), 그리고 에디션 C 로제 파인헤르브(Edition C Rosé feinherb) 등이 있습니다.
그 외 와인: 리터 와인 및 기타 제품
◦일상적인 즐거움을 위한 리터 와인을 비롯하여, 스파클링 와인(젝트, 제코, 프루토), 무알코올 와인, 글뤼바인(Glühwein), 그레이프 에일(Grape Ale) 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리터 와인으로는 2023년산 렘베르거 트로켄 "구츠바인"(Lemberger trocken "Gutswein") 1.0L 등이 있습니다.
펠바허 바인가르트너는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대형 나무 배럴에서 숙성시키고, 일부 프리미엄 와인은 작은 오크 배럴인 바리크에서 숙성시킵니다. 와인의 당도 수준은 트로켄(드라이), 파인헤르브(세미 스위트), 프루히티히(프루티) 등 다양하게 조절됩니다. 펠바허 바인가르트너는 1858년에 설립된 뷔르템베르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와인 협동조합으로, 지역 와인의 마케팅과 가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뷔르템베르크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 품종인 트롤링거와 렘베르거에 집중하고 있으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혼합하여 만드는 지역 특산 와인인 쉴러바인(Schillerwein)도 생산합니다.
펠바허 바인가르트너 와인은 매년 수많은 와인 품평회에서 수상하며 그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2023년산 소비뇽 블랑 트로켄 "에디션 S"는 팔스타프(Falstaff)로부터 89+점을 획득했으며, 2019년산 렘베르거 P는 2022년 비눔(VINUM) 레드 와인 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진격의 거인」은 단순히 거인 때려잡는 애니가 아니었습니다. 작품 곳곳에 숨겨진 독일과의 연관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부터 독일어로 "우리가 사냥꾼이다!" 외치더니, 등장인물 이름은 죄다 독일 옆집 아저씨 이름 같고, 심지어 주인공 고향은 독일 뇌르틀링겐 판박이라니. 이 정도면 진격의 거인을 그린 만화가인 이사야 하지매가 독일 여행 다녀오고 영감을 많이 받은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지크 예거의 그 문제적 포도주 장면 덕분에, 우리는 뜻밖에도 "독일도 와인도 맛있나?"하는 궁금증과 함께 펠바흐에 있는 독일 와이너리까지 탐험하게 되었네요.
오늘은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과 함께 독일산 와인을 한 잔 찾아 음미해보는 건 어떨가요?
Zum Wohl!
참조
https://www.cbr.com/attack-on-titan-names-you-never-knew-had-hidden-meanings/
https://www.aseatatthepiano.com/post/reflections-on-hiroyuki-sawano
https://namu.wiki/w/진격의 거인/등장인물?uuid=91f0bc4a-edd0-479a-9c52-40474141469f
https://www.winesofgermany.com/our-regions/growing-area/76/württe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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