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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잡항: 아호, 나의 아들
2025. 5. 17.
한 소년이 항아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보고 돌로 항아리를 깨뜨려 구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동용 서적 등에서 옛날 이야기로 종종 소개되는 사마광잡항(司馬光砸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북송시대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사마광(司马光)이 7살 때 겪은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태도,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용기를 내어 옳은 일을 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기꺼이 도울 줄 아는 마음에 대해 교훈을 줍니다.

하지만 영화 <아호, 나의 아들>에서 등장하는 사마광잡항의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사실 원래 이야기는 이래
사마광이 다른 아이들이랑 슴바꼭질을 하고 있었는데 사마광이 제일 먼저 술래였어.
친구들을 다 찾은 후에 사마광이 말했지 '한 명이 아직 없어'. 그 말에 아이들이 서로 바라보고 답했어.
'아니야 다 있어'
하지만 사마광은 고집했어.
한 명이 아직 없다는 거야.
다들 어쩔 줄 몰랐지.
그래서 사마광이 말한 아이를 같이 찾으러 다녔어.
찾으러 다닌 지 얼마 후 마침내 나무 아래에 큰 물 항아리가 있는 걸 발견했어.
항아리를 보고 모두 흥분했지.
항아리를 가리키면서 말했어.
'저 안에 있을거야'
하지만 사마광만 움직이지 않았어.
사마광은 큰 바위를 들고 항아리를 쳤어.
결국 항아리가 깨졌지.
하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어.
다들 경악했지.
왜냐하면 한 아이가 항아리의 컴컴한 구석에 앉아 밖을 응시하고 있었거든.
그 아이가 누군지 알아?
사마광 자신이었어.



영화에 등장하는 '사마광잡항'은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사마광 자신이 항아리 안에 있었고, 자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은 채 "누군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찾으러 다니면서도 정작 자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망각한 모습은 자기 인식의 결여, 집단적 무감각,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로 재해석 될 수 있습니다.
두 이야기는 모두 사마광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외부의 위험에 맞서는 용기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자기 인식과, 내면을 향한 깨달음의 이야기 입니다.
<아호, 나의 아들>제목은 영어로< A Son>이 아닌 <A Sun>입니다. 항아리 안에서 밖을 응시하던 사마광은 어쩌면 해를 피하기 위해 항아리 안에 웅크려 있던게 아닐까요?
사진 출처
1. https://blog.naver.com/renminwangkr/221527804008?viewType=pc
2. <아호, 나의 아들>